Designed by Sona Lee
leesonassi@gmail.com
Designed by Sona lee
leesonassi@gmail.com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금속 공예하고 있는 안은경입니다. 저는 전통과 현대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고요.
현대적 기술인 3D 프린팅과 전통적인 기법인 옻칠을 결합하여 융합적인 금속 공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공예 작업이라,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원 수업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라는 주제로 과제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전통과 현대의 공예 기법을 탐구했고, 앞으로의 제 공예 작업에 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현대의 산업기술 발전은 공예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켰어요. 디지털 기술을 하나의 도구로 받아들이면서 공예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 제작할 때 3D 프린팅은 보통 모델링에 쓰이는데요, 저는 이 출력물에 직접 옻칠을 칠해서 전통과 현대를융합하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옻칠은 그간에 계속 해보고 싶던 기법이기도 했지요. 서로 대조되는 두 기법을 활용해 현대적인 미감과 조형성을 지닌 기능적인 사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이 출발이에요.
융합하게 되면 금속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시겠네요.
3D 프린팅에 사용하는 소재는 PLA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수지예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환경과 인체에 무해합니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얻는 천연 도료이지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공업용 도료 대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공예적 가치를 더하고 지속 가능한 공예품 제작을 추구하고 있어요. 단순히 전통과 현대의 기법을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공예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전통과 현대를 융합할 때, 특별히 신경쓰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직선과 곡선의 융합적인 형태로 나만의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조색을 통해 부드러운 색을 사용하거나, 금속과 어울리는 생칠과 흑칠을 올려 모던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작업하며 어려운 점이 있나요?
3D 프린팅을 시작하면서 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요. 그중 어려운 것은 3D 프린팅 출력물과 금속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3D 프린팅의 특성 상 출력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수축이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원하는 치수를 정확하게 얻기가 어려워요. 1mm의 미세한 오차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출력 과정에서 예상되는 축소 오차를 미리 계산하여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고요. 출력된 것을 다시 세세하게 측정하고, 정확한 치수를 얻기 위해 반복적인 테스트 프린트를 거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미세한 오차를 최소화하여 두 재료가 잘 결합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재료를 결합할 때 신경쓰는 부분
일단 형태가 먼저 나오면, 거기에 맞는 기능을 부여하는 식으로 만들곤 해요. 기능을 부여하는 시점이 곧 어느 부분에 금속이 들어갈지, 어느 부분을 3D 프린팅으로 출력해서 옻칠을 할지 결정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때 최대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3D 프로그램 렌더링을 통해 미리 보기도 하고, 실제로 출력한 뒤 샘플을 보기도 하지요.
금속과 옻칠이 조화를 이루면서, 재료 특성과 제작 기법을 고려하여 각각의 형태적인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해요. 단단한 특성 탓에 크고 복잡한 형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금속에 비해 PLA 소재를 활용한 3D 프린팅은 비교적 제작이 빠르고 가공이 용이한데, 이 두 가지 상반된 재료와 기법을 결합하여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어떤 재료가 더욱 도드라지기보다는 하나의 기물 안에서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보여지길 바라면서 말이에요.
공예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주얼리 디자이너로 10년 간 회사 생활을 했어요. 국내외의 산업 현장에 있으면서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금세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것을 보며 소모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좀 천천히 만들어서 오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금속공예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사실 대학원을 가기 전에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얼리 악세사리에 관해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기도 한 거죠.
그런데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제가 만들고 표현하고 하는 것에 많은 흥미를 느껴서 지금은 전업 작가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창작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새로운 걸 만들기에 앞서 스케치를 하는데, 대부분 직선 아니면 동그라미로 시작을 하더라고요.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나의 조형성은 단단하고 직선적인 것으로 시작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 생활과 산업 현장에 있으면서 자연적인 것보다는 이를테면 산업화된 건물이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런 간결함이 강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브랜드 “에카 크라프트”의 탄생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금속 공예품에 관해 고민했어요. 금속이라는 소재를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향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제가 향을 피우면서 도구의 재료로는 금속을 쓰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상품 개발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에카 크라프트라는 브랜드가 나오게 되었고요.
에카크래프트의 “에카EKA”는 제 영문 이름의 초성 에서 기원했는데, 사실 ‘EKA-’ 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원소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직선과 곡선, 평면과 곡면, 전통과 형태를 잇고 융합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연구를 의미하지요.
공예 작가로 활동하며 느끼는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금속 공예, 사실은 고된 작업입니다. 금속이 단단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것들에 땜질을 한다거나 용접을 하는 등 기술적인 숙련도도 중요하고요. 많은 분들이 공예품을 보면서 비싸다거나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한 번 사용해보거나 소유해본 분들은 ‘가까이 놓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곁에 두거나 사용하시는 것 같거든요.
바라는 게 있다면 앞으로 공예 전시도 많이 열리고, 그래서 대중이 공예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해요. 그래서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공예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입니다.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품이나 작품을 보내드리는 날이 제일 기쁜 것 같아요. 간혹 주문이 몰릴 때는 체력적인 한계도 많이 느끼긴 하지만, 결국 완성품을 보낼 때는 받으실 분들께 어떤 기쁨이 있을 거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 보내거든요. 그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또는 앞서 말한 대로, 아트페어나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대화를 할 때,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등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해요.
공예가 안은경의 방향성과 공예품 브랜드 에카 크라프트로의 방향성은 일치하는가요, 아니면 다른 결을 추구하나요?
에카 크라프트와 안은경, 둘은 하나라고 봐요. 제 작품이나 에카 크라프트 제품에 담긴 조형성은 동일해요.
다만 얼마나 밀도 있게 만드는가에 따라 작품과 제품으로 나눠지는 듯합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작품 세계의 방향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새로운 형태와 기능이 있는 사물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크기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실용적인 기능에 대해 더 연구해서, 기능이 있는 동시에 아름다운 형태의 기물을 제작하고 싶어요. 기술적인 발전보다는 깊이 있는 발전을 원하고, 작업에 있어 조금더 밀도있게 작업하고 싶은 생각을 해요. 다양한 형태와 옻칠 방법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 생각하기에 작가님은 어떤 사람인 것 같으세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다만,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편안한 상태랄까요?
그래서 작품도 편안해 보였으면 좋겠고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제가 불편한 존재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